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1975년 개교해 작년에 개교 40주년을 맞았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지역 최대의 한글학교로 자리를 잡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의 <우리의 역사박물관 및 문화체험관> 프로그램은 재외동포재단이 ‘2015년 한글학교 맞춤형 지원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남 일 교장 선생님에게 학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남 일 교장 |
역사가 깊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여러 한국학교들 중 어떤 점이 특화되어있어 학생들이 선호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1975년에 개교해 올해로 41주년(1975~2016)을 맞이했습니다. 차세대 뿌리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한 한인 지도자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Newton Center에 있는 Pomroy House의 작은 공간에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꾸준한 성장을 거듭한 결과 현재는 지역 최대 규모의 한글학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미 연방정부와 메사추세츠 주의 독립된 비영리교육단체로서 ‘제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라고 정평이 나 있어서 자녀들의 뿌리교육을 바라는 학부모들이 선호하고 있습니다.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한글 동시 암송대회나 동화 구연대회, 동요대회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습 동기부여 효과를 체감하시나요?
대부분의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학생들은 많은 관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일반학교에서는 특별한 활동이 없는 한 혼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기 힘들지만,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학생들은 빈번한 대회 참가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호연지기를 키워나갑니다. 우리 학생들은 지역 한국학교 행사에서 매번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여타 대외 행사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본교를 졸업한 많은 학생들이 미국 주류사회 정·재계의 차세대 리더로 우뚝 서있는 모습에서도 교육의 효과가 증명된다고 생각합니다.
▲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교사 신년회 |
홈페이지에 있는 ‘40주년 기념 교지’를 보며 추억을 떠올리는 졸업생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 40년 역사 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생각해 보면 가슴 뿌듯했던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부터 얘기해야 하나 망설여집니다. 지난 2005년 6월 18일에 개교 30주년을 기념해 공연을 선보였던 것이 먼저 떠오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전교생이 참여해 3시간 분량의 대하드라마를 그려냈습니다.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라면 2015년, 개교 40주년을 맞아 한국학교 최초로 역사박물관을 개관했을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학사일정을 오랜 기간 잘 따라와 졸업장을 손에 들고 감사의 눈물, 기쁨의 답사를 전하는 아이들을 볼 때 마음이 가장 흐뭇합니다. 고난을 이겨내고 이제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 있는 배달민족의 정기를 아이들에게서 느끼는 순간입니다.
▲ 역사박물관 관람중인 학생들 |
‘우리의 역사박물관 및 문화체험관’은 재외동포재단의 우수 한글학교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차세대 뿌리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세계 곳곳의 교육자들이 한글과 한국 역사, 문화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란 한인 자녀들이 한국의 차세대와 함께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헌신하고 있죠.
▲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 모형 |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부족한 재원과 자료 때문에 기본적인 교육만으로 끝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미국 대도시의 세계적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도 한국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창조과학 문화유산들을 차세대들에게 직접 보여주며 우리의 것,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자랑해보자” 하는 결심으로 교사회가 역사박물관 프로그램을 기획했었습니다.
역사박물관 준비에는 거의 4개월이 걸렸습니다. 제1관에는 신라부터 발해, 제2관에는 고려부터 현대까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전시실에는 각 시대별 주요 유물과 역사적 사실을 모형과 함께 한글-영어로 설명하는 대형 보드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배경으로 해서 꾸몄고, 한 쪽 벽에는 한반도의 역사를 시대의 흐름대로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설치했습니다.
전시물품 중 백제와 발해, 고구려 유물 등 일부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거북선, 판옥선, 그리고 한산대첩이 있었던 지역에 건설된 거가대교의 모형을 설치하고, 이와 연계해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를 빠짐없이 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역사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들이신 걸로 압니다. 진행과정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진행하다보니 교사회에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몇 배 이상 커져버렸습니다. ‘과연 이 일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선생님들 모두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이기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진행했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우리 학교 교사회는 군대 같다!’며 서로 웃고 격려하며 밤늦게까지 개관을 준비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상호 신뢰 속에서 진행된 준비과정은 교사들에게도 체험학습이 되었고, 역사지식을 한 층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역사박물관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활용 범위를 점점 넓혀나갈 계획도 가지고 계신가요?
박물관의 의미 있는 자료들은 현재 뉴잉글랜드 지역의 미국학교에서 세계문화행사를 열 때, 임대해 전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뉴잉글랜드 지역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전시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획 중입니다. 그리고 ‘독도자랑대회-역사 골든벨’ 대회 때도 박물관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독도수호 이벤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독도수호 관련 이벤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모국의 영토와 관련된 이야기에 어떻게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으셨는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한인 차세대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독도수호에 관한 부분은 역사교육을 필히 수반해야 하는 부분이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역사나 문화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은 ‘교육과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일회성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장기적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들부터 확실하게 학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교부와 보스턴 총영사관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자료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자녀가 능동적으로 알고자 하면 부모도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녀와 부모가 함께 행사에 참여하도록 행사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세배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생들 |
지역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국력과 국격이 높아짐에 따라 한글의 중요성과 관심도 함께 높아졌고, 각 나라에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문화, 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에 발맞춰 자라나는 차세대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운 한인’임을 깨달을 수 있게 한글과 한국의 역사, 문화를 가르치고 올바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교사들의 수고를 감사히 여겨주시고, 무한한 격려와 꾸준하고 넉넉한 후원을 바랍니다.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
김민혜 기자 pinkmin42@gmail.com